우박 속에서

2008. 10. 18. 16:37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점점 빗발이 굵어지고 있었다.

와이퍼의 속도를 한단계씩 올려 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안개등을 켜고, 라이트를 켜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나의 몸을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고

나도 모르게 눈 근육에 힘을 주어 찡그리고 앞을 주시해 본다.

앞 차의 비상등만 흐릿하게 보일 뿐,

도무지 길이 어디인지 구분이 안간다.

   

 

신호대기 중...

 우두둑~~

빗물과 함께 갑작스레 우박은 어둠을 동반해 왔다.

순간 나는...

시원하기 보다 무서운 우박소리와 어둠을 마주해야 했다.

그때... 어디선가

"그러다 죽겠어요!"

"그러니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이 쏟아지는 빗물과 우박 넘어 그 어딘가에...

급박함에 쫒겨 비상등을 켜며 질주하는 지친 우리를 보며

비웃기라고 하듯...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는 좀머씨...

그가.. 지금 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호대기 끝...

   

1단 기어를 넣고...

차들의 꼬리를 물고 문 그 긴 행렬을...

나 또한 동참하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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