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의 충돌
2022. 12. 28. 08:58
현실과 이상의 충돌
이상주의의 품 안에서 관념의 우유만을 마시며 자라나는 꿈들이 있다. 턱없이 순수하고 턱없이 결벽한 그 꿈들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에 현실과의 충돌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오탁(汚濁)과 접촉이 없으므로 더없이 맑고 푸르긴 하겠으나, 그 푸르름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깊은 산중의 독야청청이 인간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반면에 현실주의의 모진 훈육만을 받으며 자라나는 꿈들도 있다. 매순간 현실의 국면에서 눈을 뗄 수 없으므로 야무지게 철이 들긴 하겠으나, 현실에 과도하게 짓눌린 꿈은 본래의 그 푸른 빛을 잃어버리고 저 어둡고 탁한 회색의 현실을 닮아버리고 만다.
박명욱, <꿈의 색깔: 미로의 '이것이 내 꿈들의 색깔이다'>
<<지성과 패기>>, 통권 41호(1997. 9-10),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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