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대한 단상

2020. 7. 12. 02:30


비정규직에 대한 단상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내일은 쉬는 날이다. 공식적인 업무는 끝이다. 월요일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근로 계약서에 분명 그 권리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내일 일을 해야 한다. 그것도 전혀 다른 일을 말이다.


의도적으로 어깨로 넘겨 흘린 말에는 자조하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막노동 일을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이 나이에 그런 일을 한다면... 어휴~ 엄두도 안나요. 그 보다 쉬운 일인데, 일당 15만원이나 주니 전 정말 운이 좋을 걸요. 그런 일이라도 있으니 말이에요."

차가운 가을 바람에 한 없이 갸날프고 처량하다.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만 필시 스스로를 위로하는 혼자 말이다.


미니어처 땅콩 농부Pixabay로부터 입수된 S. Hermann & F. Richter님의 이미지 입니다.


비정규직 월급으로는 솔직히 휴일은 너무 과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근무하고 수당을 더 챙겨주는 것이 좋다. 매번 그것도 주말마다 그런 행운이 찾아 오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른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영혼과 육체의 피곤함이란... 후유~


때론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래 내가 하는 일이 없으니까... 이 정도 월급에도 감사해야지.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나보다 더 한가로운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언제가 이런 단어를 들었다.

"퀄리티(Quality)"

그들과 구분이 되는... 단단하고 견고한 벽이자 A4 용지 한장 보다도 못한 어설픈 설득이다.


이것처럼 혐오스런 표현이 어디있을까? 이처럼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은 애초부터 그렇게 전혀 다른 인종으로 태어났단 말인가?


퀄리티라는 단어의 철자를 모른다고 해서 비정규직이고... 젠장! 전구조차 갈지 못하면서 쩔쩔매는 자가,

겨우 어디에 써먹을 수도 없는 퀄리티라는 단어를 안다고 해서 더 우대 받아야 하다니...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설사 그들이 실제로 나보다 더 지적으로 뛰어 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나와 같은 사람 4명 보다 더 생산성이 뛰어 나다고 평가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책임감'

그들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운가? '실수'하면 다음 재계약은 불리할 뿐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 눈치밥이다. 이것은 상하복종관계를 떠나서 인간과 또 인간 보다 못한 저등한 생명체와의 관계이다.


더 암울한 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내년이면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 간격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멀어진다. 그 조차도 따아갈 수 없는 날이 오면... 도대체... 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란 말인가?


젠장! 그런 계약서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눈초리가 싫다. 그 탐욕스럽고, 오만하고, 불쾌한...


그 시선을 피해 인각적인 생활(?)을 위해...

틈틈히 자기 계발과 노력을 통해 결코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어 정규직으로 올라 가려고 하겠지?

그리고 그 자리에 올라서면 분명 과거의 나를 잊고... 나 조차도 '발 끝의 먼지를 보듯' 그들을 바라보겠지.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돌아가는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왜 아무도 이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일까?

이 땅에는 인간이 있고 인간과 같아 보이는 비인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비인간은 아무리 같은 일을 해도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밥그릇을 받게 되고, 그것에 만족해야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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