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로 시작하는 추억의 말말말

아버지(Umbrella)

가끔 생각날 때마다 가슴 먹먹해지는 그리운 이름.
나이를 먹으면서
이성적으로는 더욱 더 친근감이 가고
감정적으로는 점점 친밀함을 잃어가는 사람.
몰락한 레닌같은 존재.


 

아침(Morning)

당신이 여기에 있다면 좋겠는데...

 

안개(Fog)

안개의 성城 안에 살고 있는 그리움의 이름들.
만지고 싶은 얼굴들.
불면의 새벽처럼 찾아와서
시간의 흔적 흘려놓는 추억의 흑백필름
상투적인, 그리고 진부한 그리움.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의 남자.
가질 수 없는 사랑.

늑대 이미지
인생의 외롭고 아름다운 여정 @ Image by 0fjd125gk87 from Pixabay



안타까움(Telephone)

석간신문 女기자와 조간신문 男기자의 사랑
집을 나서는 순간 걸려오는 너의 전화
겨우 찾은 화장실, 시원한 한숨, 그러나 비어있는 휴지걸이

 

애인(Sweetheart)

허기진 공복,
그로 인하여 흔들리는 나의 입장

 

야타족(Orange)

12:00 신사동 아카디아
01:00 압구정동 소타나2
02:00 신촌 엘란트라
03:00 돈암동 엑센트
04:00 화양리 프레스토

 

어머니(Mother)

기습적으로 일어나서 손끝을 저리게 하는 복병.
가슴 울먹여지는 수첩 깊숙한 사진 한 장.

 

얼굴(Face)

눈썹과 눈썹 사이, 코와 입술 사이, 눈과 귀 사이.
시치미떼는 잔털과 잔털 사이, 코의 잔등과 손가락 사이,
손가락과 못생긴 귀 사이, 코와 코 사이, 눈과 눈 사이,
위치해 있지 않은 여백과 여백 사이, 비어있음.
사실과 사실 사이에 놓여있는 비어있음.
비어 있으므로 나다운 얼굴, 개성있는 에고이스트.

 

엄마(Mummy)

안타까움... 등뒤에 기대고 싶은 사람, 냄새 맡고 싶은 사람.
나란히 누워있고 싶은 사람, 안아주고 싶은 중년의 쓸쓸함

 

여자(Water)

숲같은 존재,
울림이 있는 떨림이 있는 기타의 몸체같은 존재
떠나는 여행객의 발길.

 

여행(Station)

바다를 건너는 아름다운 뗏목.
수인선 협궤열차.
삼악산, 속초 고속터미널, 제주도, 핀란드.
배낭여행, 대전엑스포 공원, 자연농원 장미축제
컴퓨터 게임, 사이판, 농구, 후지산, 캐나다.
연극 관람, 18cm여행, 소금강, 해금강, 목포, 섬진강.
선운사, 월출산, 바그다그, 지리산 뱀사골.
인도, 청량리역, 영화 구경, 무인도, 부산, 서울, 강릉.
바다, 술, 천안문, 박물관, 알프스, 완행열차,
워크맨, 자유시간, 장흥, 돈, 여관, 텐트, 여름.
겨울, 사진, 추억, 졸업여행.
짜릿짜릿한 자유,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연하의 남자(Vitamin C)

겁 없이 Pushing하는 연애박사.
때로는 귀밑에서 만져지는 몽우리같은 우울.
본인은 모르게 은밀히 키워서 잡아먹어야 맛있음.


 

열정(Desire)

그 사람을 한시간 만나기 위해 여섯시간이라도 기차를 타는 것

 

영수증(Receipt)

사랑한 것.
결혼한 것.
아이 낳은 것.
출근 길, 떠나려는 버스를 포기한 것.

 

영혼(Soul)

나는 자꾸만 달아나려 하고,
달아나려 움직이는데,
감전된 듯 떨려오는,
헤어진 여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손 끝.

 

영화(Movie)

코아 739-9932 서울1 277-3011 동숭 741-3391
대한 278-8171 롯데월드2 417-0213 뤼미에르3 545-3800
씨네하우스2 511-7171 여의도 782-3004
브로드웨이1 511-2301 단성사 764-3745
중앙 776-8666 힐탑 543-0012 대지 984-4331 녹색 393-5411
피카디리 765-2245 스카라 266-6303 동아 552-6111
씨티 440-1637 크리스탈 332-5107 아세아 276-1011
국도 266-1445 명보 274-2121 가우자리 786-0088

 

옛사랑(Story)

남편 혹은 아내

 

오르가즘(Hungry Woman)

갈 수 없는 나라

 

외도(Damage)

나이 먹은 남자들의 피자먹기.
한쪽은 맛있다.
두쪽째엔 이미 라면을 생각한다.
다신 피자집따윈 가지 않으리라 맹세한다.
금새 잊는다.

 

욕망(Wall)

결핍, 부족함, 현대인, 채움, 넘침, 신사동, 러브호텔, 情夫.
윤리의 가지치기, 일탈, 출세, 속물, 단물, 채워질 수 없는 갈증.
도로에 떨어진 꺽인 나무줄기, 희망의 또 다른 이름.

 

우주(Cosmos)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탐스런 사과에서 풍성한 대지를 바라봄.
의지와 상관없이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우주인을 기억해내다니? 꿈은 아직 진화 중.

 

원룸시스템(Home Alone)

문을 연다. 아무도 없다. 담배꽁초 몇 개 허리 굽은 채로
재떨이에 버려져 있다. 부재를 확인하듯 신문은 제멋대로
펼쳐져 있고, 아침에 마신 우유 컵에 들러붙은 액체가 무심하게
안부 건넨다. 전화기와 재생버튼을 누른다. 별 감흥없는 관심에
고개 끄덕이며 건조한 커튼을 열어 제낀다. 창문을 연다. 바람이
흘끔 주위를 살핀다. 어릴적 각각의 방이 주었던 성역과도 같은
분위기는 없다. 그런건 차라리 피곤하다. 문은 경계와 경계에 놓여진
윤리, 어머니의 밤을 훔쳐보고 싶던 기억이다. 그런 건 필요없어.
투욱 내뱉는다. 심심하다.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신촌 '현대극장'의 살색 간판

 

월요병(Ambulance)

酒요일인 금요일에 흔들리고
性요일인 토요일에 흔들리고
휴식의 일요일에 흔들리던 샐러리맨들이
안 흔들리는 월요일의 시차적응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흔들림의 한 증상.
대부분 무력감과 권태감이 온 몸을 감싸오며,
대부분 화요일이면 증상이 완화됨.
욕망의 응어리진 덩어리를 안고 사는 사람들과,
심하게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월요일에 사표를 써서 일주일을 연명한다고 함.

 

유니섹스(Tough Girl&Pretty Man)

조상은 1960년대 미국의 히피족.
남자들의 여자입기, 여자들의 남자입기,
입은 채로 살아보기, 살고 보니 간편하기.

 

유부남(Fiction)

가진 것이 많아 부자인 남자.
알레르기성 식품.

 

유행(Season)

유행에 민감한 여자는 수상하다.
몸에 장신구가 많은 여자는 수상하다.
교묘한 신체 드러내기, 따라하면 중간은 간다, 도 수상하다.
모자 쓴 여자에게 머리 안 감았니? 묻는
선글라스를 낀 여자도 수상하다.
유행에 둔감한 여자는 더, 더, 더, 수상한,
바람에 적당히 흔들리는 계절의 한낮.

 

윤회(No.2 Subway Line)

지나온 것과 마주쳐 오는 것들은 서로 닮은 데가 있다.
바퀴벌레에게 희망을.... 사람에게도 희망을....

 

이별(Grief)

텅 비어버린 토요일.
창밖이 밝아옴을 느끼는 망연함.

 

이혼(Dry)

'외간 남자'만들기, '외간 여자'만들기
이루기 어려운 희망.

 

인도(Mystery)

神이 발끝에 채이는 나라.
소牛가 인도人道로 다니는 나라.
생명에 대한 희열도, 죽음에 대한 절망도 없는 나라.
예정된 삶이 없어 신비한 나라.

 

인사동(Gallery)

천박한 도시 한 귀퉁이에서 옷깃을 여미고 앉아있는 그곳에는
가릉빈가가 있다. 신비한 모래의 춤이 있다. 나에 남편은 나무꾼이 있다.
청동시대가 있다. 울력이 있다. 장승방이 있다. 문우서림이 있다.
심포니가 있고, 평화만들기가 있다. 산타페가 있고, 귀천이 있고,
王과 詩가 있고, 시인학교가 있다. 그리고.... 몇해 전 외투가 있었고.
사랑은 구름을 비로 내리고가 있다.

 

인상(Wave)

가을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일상

 

일기(Letter)

1년에 한번 썼어도 일기日記라고 하는 것.

 

일요일(Sleeping day)

오후 4시.
하릴없이 뒹굴다가 대학 때 보던 책을 왠지 꺼내보고 싶을 때.
예전의 횡재가 떠올라 책갈피를 글씨보다 더 열심히 살피면
항상 아무것도 없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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