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로 시작하는 추억의 말말말

첫날밤(Tonight)

태어난 날 밤.
국민학교때의 소풍 전날밤. 대학 학력고사 전날 밤.
사랑하는 사람과의 밀월여행, 그 밤의 바닷가.
신혼여행의 밤, 미래에의 희망, 내일의 밤.
그리고 오늘 밤.

 

첫눈(Promise)

대기 중에서 그리움이 응결하여
각각의 가슴속에 파장을 일으키는
흰 결정체.
무수한 약속이 오고 가게 만드는 마음의 축제.

 

첫사랑(Mono Photography)

초여름 18:40 아현고가
시내에서 신촌방향으로 달리는 차 안
해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은 언제 거기에 들어오셨는지?

눈 내리는 모습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 Image by ThePixelman from Pixabay



첫키스(Kiss)

명동성당 안 계성여고 쪽 담벼락을 훑고 지나가면 고양이 한 마리.
한양대학교 노천극장의 밤 12시 20분 경.
석촌호수의 밤 11시 수풀의 그림자.
오류동의 한 공장 화물용 철길 옆 가로등.
드라마센타 소극장 무대 위로 떠있던 새벽... 별.. 별들.

 

첼로(Cello)

저 먼 海底에서 올라와 나를 흔드는 선율

 

추억(Reminiscence)

화양강을 건너다보면
느닷없이 당신 생각이 날겁니다.

 

춘천(Mist)

일단 떠나고 볼 것. 그리 어려운 방법은 아니니 시키는대로 해볼 것.
먼저 강변 전철역 부근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에서
춘천행 버스를 타고 경춘 국도를 달릴 것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승용차를 이용하지는 말 것
한림대학교나 강원대학교의 서울 학생들 틈에서
학생처럼 길을 떠날 것. 흔들리는 차안에서
책을 본다는 일이 참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참아가며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를 볼 것.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춘천가는 기차'를 들을 것.
눈으로 차창밖의 사물을 바라볼 것.
햇살... 햇살... 나무들이 계절을 흩뿌리고 있음.
그 계절을 만지고 싶어.
창문을 열었더니.. 부술 듯이 밀쳐드는 바람...
머리칼을 가위질하고.. 흩어지는 머리칼.. 막연한 그리움...
오랜만의 감상에 '나는 얼마나 삶에 충실했는지...'
생각하다 보면 춘천에 도착, 춘천에는 사창고개가 있음.
원조 춘천 막국수집이 있음. 닭갈비집이 있음. 소양댐이 있음.
춘천댐이 있음. 안개.. 물안개가 있음. 그리고 향기가 있음.
그 향기는 가슴에서 감지되므로. 춘천은 춘천에는 없고
내 자신에 있음. 알았다면 서둘러 귀향.

 

친구(Mirror)

뱀의 허물벗기, 그 껍질.
때로 갈아입고 싶은 속옷같은 존재.

 

친구의 연인(Water Ring)

또 하나의 가능성.
사랑은 친구를 배신할 수도 있다.
극적인 짜릿함 사이로
실뱀 하나 길을 내며 지나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침묵(Show off)

아침 먹기 귀찮다.
상대하기 싫다.
학교가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거짓말하기 싫다.
울 힘도 없다.
전화 받기 싫다.
대꾸하기 싫다.
나 혼자 잘났다.
할 말이 없다.
말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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